20131119 日己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마요." by 소헨춘 - 蘇賢俊

아는 동생 ㅂ에게 연락이 왔다.
며칠 후에 나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 응원의 의미로 저녁을 사고싶다는 것이었다.
그 일이 끝난 다음에 보자고 했지만 웬일인지 오늘 만나자고 하여 오늘 보기로 하였다.
장소는 동네 막창집. 술을 마실 생각은 없다. 몸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ㅂ와 단둘이 마시는 것은 재미가 없다.
여간 그렇게 들어간 막창집은 한산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날씨도 추워져서 인지 거리에도
예전처럼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둘이 음식을 시키고 먹기 시작했다.

입대를 앞둔 ㅂ는 군생활이 늘어날까봐 걱정을 하였다.
"군생활이 줄어들기는 쉬워도 늘어나긴 힘들어. 군인들도 다 유권자들이니까." 하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ㅂ가 이야기했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마요."

평소 이 문구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이게 무슨 정치이야기야 하고 웃어버린다.
'그래 정치'이야기 하지 않을게.' 하고 생각하며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해가며 밥을 먹었다.
그러던중 ㅂ가 이야기했다. "얼마 전 아베가 어떤 말을 해서 엔화가 1/10로 떨어졌었는데 아세요? 그 때 일본 여행을 갈껄"
그렇게 ㅂ는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다른 밤의 이야기를 해보자.
한 술자리에서의 일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중 책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내가 읽고 있던 책은 이동형 작가의 '김대중 대 김영삼' 
내용 이야기를 하다보니 DJ, YS를 언급하게 되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거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그러자 그가 덧붙였다.
"정치 이야기 듣기 싫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정치 이야기가 싫다는 그가  사람들에게 다수결을 청한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정치 이야기를 꺼내던 ㅂ.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다수결을 하자던 사람.
이 모습은 우리 뼈 속 깊숙히 박혀있는 정치혐오 때문일까?
아니다. 이런 상황들이 일상에서 반복되는 이유는 정치가 우리 삶의 근간인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는 지구와도 같아서 우리 눈에 쉬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정치를(지구를) 벗어난 것을 꼽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지구(정치)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운 순간들이었지만 그들을 비웃지 않는다.
그와 나는 똑같은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들의 그러한 언행을 적어도 부끄러워 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똑같은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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